
골프를 치다 보면 스윙을 아무리 고쳐도 비슷한 실수가 반복될 때가 있습니다.
슬라이스 때문에 아웃-인 궤도를 고쳤는데도 공은 계속 오른쪽으로 갑니다.
훅을 잡으려고 몸의 회전을 의식했더니 이번에는 공이 밀립니다.
뒤땅과 탑핑이 번갈아 나오기도 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대부분 스윙부터 고치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그립(Grip)입니다.
클럽과 골퍼의 몸이 직접 연결되는 곳은 결국 두 손뿐입니다. 따라서 그립이 조금만 달라져도 클럽페이스의 방향과 손목의 움직임, 임팩트 타이밍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벤 호건이 『Five Lessons』에서 첫 번째 레슨으로 그립을 다룬 것도 이런 이유일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호건의 그립 방법 자체를 설명하기보다, 아마추어 골퍼에게 자주 나타나는 문제를 통해 내 그립을 점검하는 방법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슬라이스가 반복된다면|페이스가 열리는 그립인지 확인
슬라이스가 나오면 가장 먼저 스윙 궤도를 의심합니다.
물론 아웃-인 궤도도 대표적인 원인입니다. 하지만 스윙 궤도만큼 중요한 것이 임팩트 순간의 클럽페이스 방향입니다.
특히 왼손이 지나치게 약하게 잡히는 위크 그립은 골퍼에 따라 임팩트 때 페이스를 스퀘어로 되돌리기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체크해 볼 것
어드레스를 한 뒤 왼손을 내려다봅니다.
왼손이 지나치게 왼쪽으로 돌아가 있지는 않은지, 양손이 서로 따로 움직이는 느낌은 없는지 확인합니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스트롱 그립으로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자연스럽게 스윙했을 때 페이스를 반복해서 스퀘어로 되돌릴 수 있는 그립인가가 더 중요합니다.
2. 훅이 심하다면|지나치게 강한 그립인지 확인
반대로 공이 계속 왼쪽으로 감긴다면 그립이 지나치게 강하지 않은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왼손이 너무 오른쪽으로 돌아간 스트롱 그립은 일부 골퍼에게 도움이 되지만, 손의 회전이 많은 골퍼에게는 페이스가 빠르게 닫히는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드라이버를 세게 치려고 할 때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
스트롱 그립 = 나쁜 그립은 아닙니다.
프로 골퍼 중에도 스트롱 그립을 사용하는 선수는 많습니다.
문제는 그립의 형태 자체보다 그립과 스윙의 조합입니다.
공이 계속 왼쪽으로 출발하거나 심하게 감긴다면 스윙을 뜯어고치기 전에 그립이 지나치게 강해지지 않았는지 먼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3. 방향이 매번 달라진다면|그립의 '재현성'을 확인
제가 생각하는 아마추어 골퍼의 그립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좋은 그립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매번 같은 그립을 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 티샷에서는 약간 스트롱하게 잡고, 다음 홀에서는 뉴트럴 하게 잡고, 힘을 빼려고 하다가 오른손 위치가 달라진다면 아무리 좋은 스윙을 해도 결과가 일정하기 어렵습니다.
연습장에서는 같은 자리에서 반복해서 공을 치기 때문에 그립도 비교적 일정합니다.
하지만 필드에서는 다릅니다.
티샷을 하고 이동하고, 세컨드샷을 하고, 카트를 타고, 다시 클럽을 잡습니다.
그때마다 새롭게 그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필드에서는 그립 자체보다 그립을 만드는 루틴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클럽페이스를 목표에 맞추고 → 왼손을 잡고 → 오른손을 올리고 → 압력을 확인하는 식으로 자신만의 순서를 정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4. 뒤땅과 탑핑이 반복된다면|그립 압력도 확인
뒤땅과 탑핑의 원인을 모두 그립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체중 이동, 몸의 높이 변화, 스윙 궤도 등 다양한 원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그립 압력이 스윙 중 크게 변하는 것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어드레스에서는 부드럽게 잡았다가 백스윙 톱에서 갑자기 꽉 쥐거나, 다운스윙을 시작하면서 오른손에 힘이 들어가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되면 손목과 팔의 움직임이 경직되고 클럽헤드의 움직임도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려워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정 숫자의 압력을 지키는 것이 아닙니다.
필요 이상으로 꽉 쥐지 않으면서 스윙하는 동안 압력이 크게 변하지 않는 것.
저는 이것이 아마추어 골퍼에게 훨씬 현실적인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5. 연습장에서는 괜찮은데 필드에서 안 맞는다면|오른손을 확인
필드에만 나가면 평소보다 힘이 들어갑니다.
특히 긴 파 4나 파 5 티박스에서 멀리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자신도 모르게 오른손으로 클럽을 강하게 쥐게 됩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오른손에 과도하게 힘이 들어가면 다운스윙에서 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되고, 평소의 스윙 타이밍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 결과 공이 왼쪽으로 감기기도 하고, 반대로 몸이 멈추면서 오른쪽으로 밀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필드에서 샷이 갑자기 흔들릴 때 스윙을 바로 고치기보다 먼저 이렇게 확인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오른손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은가?”
생각보다 간단한 이 질문 하나가 스윙을 원래 리듬으로 돌려놓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립 하나가 모든 미스샷의 원인은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야 합니다.
슬라이스가 난다고 무조건 그립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훅이 난다고 반드시 스트롱 그립 때문인 것도 아닙니다.
골프공의 방향은 클럽패스와 페이스 방향의 관계를 비롯한 여러 요소가 함께 결정합니다.
따라서 그립을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그립에는 다른 스윙 요소와 다른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샷을 하기 전에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백스윙이나 다운스윙은 불과 몇 초도 되지 않는 순간에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립은 공을 치기 전에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윙이 흔들릴수록 오히려 그립부터 다시 확인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라운드 전 10초 그립 체크
연습장이나 첫 번째 티박스에서 다음 다섯 가지만 확인해도 좋습니다.
① 왼손 위치가 평소와 같은가?
② 오른손이 지나치게 강하게 덮이지 않았는가?
③ 양손이 하나처럼 연결되어 있는가?
④ 필요 이상으로 세게 쥐고 있지 않은가?
⑤ 매번 같은 순서로 그립을 만들고 있는가?
다섯 가지를 모두 의식하면서 스윙할 필요는 없습니다.
샷을 하기 전에 확인하고, 그다음에는 그립을 잊고 스윙하는 것이 오히려 좋습니다.

결국 좋은 그립은 '반복할 수 있는 그립'이다
골프에는 정답처럼 보이는 그립 사진이 많습니다.
하지만 손의 크기와 손가락 길이, 손목의 움직임, 스윙 특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모든 골퍼에게 완전히 똑같은 그립을 요구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현대적인 관점에서 좋은 그립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자연스럽게 스윙했을 때 클럽페이스를 안정적으로 되돌릴 수 있고, 그것을 매번 반복할 수 있는 그립.
결국 중요한 것은 모양만 예쁜 그립이 아니라 결과가 반복되는 그립입니다.
다음 라운드에서 공이 갑자기 이상한 방향으로 가기 시작한다면 곧바로 스윙부터 바꾸지 말고 잠깐 두 손을 내려다보세요.
문제의 시작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벤 호건 『Five Lessons』 ② 그립이 스윙을 바꾼다|좋은 스윙은 손에서 시작된다
벤 호건이 설명한 왼손과 오른손의 역할, 그립의 기본 원리가 궁금하다면 위 글을 함께 읽어보세요.
이번 글이 ‘내 그립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는 실전 편’이라면, 벤 호건 시리즈 ②는 ‘좋은 그립을 어떻게 만드는 가를 다룬 기본 편’입니다.
내 인생 투펏
벤 호건 『Five Lessons』 현대적 해설, 골프 코스 전략, 실제 라운드 경험을 바탕으로 아마추어 골퍼에게 도움이 되는 골프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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