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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레슨

벤 호건 『Five Lessons』 ② 그립이 스윙을 바꾼다|좋은 스윙은 손에서 시작된다

by 피프티투웬티 2026.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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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벤 호건은 스윙보다 그립을 먼저 이야기했을까?

골프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그립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골프를 오래 칠수록 가장 소홀해지는 것도 그립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연습장에서는 잘 맞다가 필드에서 슬라이스가 나면 백스윙을 의심했고, 갑자기 훅이 나면 다운스윙이나 릴리스를 바꿔보곤 했습니다. 유튜브 레슨을 찾아보면서 스윙을 조금씩 수정한 적도 많았습니다.
문제는 하나를 고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다시 펼쳐본 책이 벤 호건의 『Five Lessons: The Modern Fundamentals of Golf』였습니다.
오래된 책인데 첫 번째 레슨은 화려한 스윙 이론이 아니었습니다. 그립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클럽을 잡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다시 읽고 연습장에서 적용해보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좋은 스윙을 만드는 것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클럽과 몸을 매번 같은 방식으로 연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립이 달라지면 스윙도 달라졌다

클럽과 몸이 직접 만나는 곳은 손입니다.
그립이 매번 조금씩 달라지면 어드레스가 달라지고, 클럽을 움직이는 느낌도 달라집니다. 결국 임팩트에서 클럽페이스를 일정하게 되돌려놓는 것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도 라운드 중에 이런 실수를 많이 했습니다.
슬라이스가 나오면 그립을 조금 강하게 돌려 잡고, 왼쪽으로 감기면 다시 반대로 바꿨습니다. 한두 번 잘 맞으면 ‘역시 그립이 문제였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그날의 미스를 없애려고 계속 그립을 바꾸다 보니 오히려 기준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생각이 다릅니다.
샷 하나의 결과에 따라 그립을 바꾸기보다 먼저 내가 평소와 같은 방식으로 클럽을 잡았는지를 확인합니다.
이 작은 차이가 생각보다 컸습니다.

벤 호건의 그립에서 내가 주목한 두 가지

출처: 벤호건의 FIVE LESSONS(한국경제신문)

 
『Five Lessons』의 그립 설명을 읽으며 특히 눈에 들어왔던 것은 왼손과 오른손의 역할이었습니다.
왼손은 클럽을 손바닥 깊숙이 움켜쥐기보다 손가락을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잡습니다. 직접 반복해보니 손목과 클럽이 연결되는 느낌이 이전과 달랐습니다.
 
특히 아이언을 칠 때 클럽을 손으로 조작하려는 느낌이 줄어드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른손은 더 어려웠습니다.
저는 거리를 내려고 할수록 오른손에 힘이 들어가는 편이었습니다. 드라이버에서 한 번 세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더욱 그랬습니다.
 
그런데 오른손으로 공을 때리려고 하면 제가 원하는 스윙보다 손이 먼저 개입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호건의 설명을 따라 오른손이 왼손과 함께 움직이도록 의식하자, 적어도 ‘손으로 공을 때려야 한다’는 생각에서는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호건의 손 모양을 사진처럼 그대로 복사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책에서 얻은 더 큰 힌트는 양손이 서로 따로 놀지 않고 하나의 연결된 동작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같은 그립을 다시 만드는 능력

프로 선수들의 그립도 모두 똑같지는 않습니다. 체형도 다르고 스윙도 다릅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그립이 무조건 정답인가’를 찾는 것보다 다른 질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오늘 첫 번째 샷에서 만든 그립을 18번 홀에서도 비슷하게 만들 수 있는가.
연습장에서 잘 맞았던 그립을 필드에서도 다시 만들 수 있는가.
이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예전에는 연습장에 도착하면 바로 공부터 쳤습니다. 요즘은 가끔 클럽을 내려놓았다가 다시 잡는 동작부터 반복합니다. 눈을 감고 잡아본 뒤 손의 위치를 다시 확인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공도 안 치고 뭐 하는 건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반복하다 보니 손이 같은 위치를 찾아가는 느낌이 조금씩 생겼습니다. 그립이 일정해지니 어드레스까지 자연스럽게 반복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필드에서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샷이 흔들릴 때 곧바로 스윙을 뜯어고치기보다 그립부터 확인하게 됐습니다. 긴장되는 상황에서도 확인해야 할 기준 하나가 생기니 마음도 조금 편해졌습니다.

샷이 흔들릴 때 내가 먼저 확인하는 세 가지

제가 실제로 가장 많이 했던 실수는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미스가 날 때마다 그립을 바꾸는 것.
둘째, 거리를 내려고 오른손으로 공을 때리려는 것.
셋째, 불안할수록 클럽을 더 강하게 쥐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예전과 달라진 것은 문제를 찾는 순서입니다.
예전에는 공이 이상하게 날아가면 곧바로 백스윙과 다운스윙부터 의심했습니다. 지금은 스윙을 건드리기 전에 그립과 어드레스가 평소와 같았는지 먼저 돌아봅니다.
그것만으로 모든 미스가 해결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멀쩡한 스윙을 미스 한두 번 때문에 계속 바꾸는 일은 줄었습니다.
연습장에서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공을 치기 전에 클럽을 내려놓았다가 다시 잡아보고, 양손의 위치와 힘이 이전과 비슷한지만 확인해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그립’을 한 번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같은 그립을 계속 다시 만드는 것입니다.

좋은 스윙보다 먼저 만들어야 할 것

『Five Lessons』를 다시 읽으면서 예전과 가장 다르게 보였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좋은 스윙의 모양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지금은 좋은 샷을 반복할 수 있는 조건을 먼저 생각합니다.
그립은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멋있는 피니시처럼 사진으로 보여주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조금만 익숙해지면 가장 먼저 관심에서 멀어지는 기본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클럽을 잡는 순간이 매번 달라진다면 그 뒤의 스윙을 똑같이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저 역시 아직 완벽한 스윙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예전처럼 새로운 스윙을 계속 찾아다니기보다 문제가 생기면 기본부터 돌아보는 습관은 생겼습니다.
결국 벤 호건이 첫 번째 레슨에서 그립을 이야기한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스윙은 멋진 동작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매번 같은 방식으로 클럽을 잡는 아주 작은 습관에서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다음 편에서는 벤 호건이 말한 스탠스와 자세를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공을 치기 전에 이미 스윙의 상당 부분이 결정된다는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도 제가 직접 적용하면서 느낀 점과 함께 정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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